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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설] 매뉴얼 없는 사회, 호랑이·코뿔소 우리 밖으로 뛰쳐나와
크은맘
2013. 12. 3. 10:13
[사설] 매뉴얼 없는 사회, 호랑이·코뿔소 우리 밖으로 뛰쳐나와
http://media.daum.net/v/20131203032007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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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사설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메모 : 서울대공원에서 작년 8월 코뿔소가 우리를 벗어났다 사육사들이 쏜 물포를 맞아 죽었다고 한다. 세계 어느 동물원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엔 시베리아 호랑이가 뛰쳐나와 사육사를 공격했다. 두 사건 모두 맹수를 집어넣는 내실(內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 행동 수칙(매뉴얼)을 무시하거나 깜빡한 것이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조직들은 작업의 절차·규칙을 담은 매뉴얼을 작성해 구성원이 익히도록 한다. 개별 작업자가 전체 시스템이 돌아가는 과정을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자기 위치에서 할 일을 정해둔 것이다. 이런 매뉴얼엔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 매뉴얼이 없거나 작업자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을 때는 뒤따르던 열차가 앞 열차를 들이받고 유독 가스를 옮겨 담다가 폭발하는 사고가 터진다.
동물원 맹수가 드나드는 통로는 이중 잠금장치를 써야 한다. 사육사는 맹수 탈출에 대비한 포획 장비나 호신용 가스총을 갖고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 맹수가 우리를 벗어났을 때의 관람객 대피 방법도 매뉴얼로 익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우리 밖으로 나온 호랑이는 지나가던 매점 주인이 보고 신고했다. 작년 코뿔소 탈출 때는 동물원이 경찰·소방서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원전, 고속철, 전기·가스 공급망, 통신·금융 인프라, 화학물질 공장에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나 실수는 순식간에 초대형 불상사로 번질 수 있다. 작년 2월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발생한 '12분 단전(斷電)' 사고는 하도급 업체 직원이 매뉴얼을 무시하고 이중으로 된 외부 전력선을 한꺼번에 끊는 바람에 일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 매뉴얼엔 중요 작업은 정규 직원이 직접 하거나 현장에서 감독하게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독일 같은 나라를 가보면 도로가 뻥 뚫려 있어도 버스 운전사가 정해진 속도를 넘겨 버스를 모는 법이 없다. 그걸 보는 한국인 중엔 답답하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안전과 질서는 기본 매뉴얼을 확실히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매뉴얼이 확립돼 있고 매뉴얼이 지켜지는 나라라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와 '따라잡기'로 단시간에 후발(後發) 국가에서 선진 국가의 문턱에 이르렀다. 그 때문인지 수백만 명의 인명(人命)과 관계되는 원자력발전소부터 집 안의 도시가스 관리까지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대충대충 해치운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선진국 문턱까지는 빨리 달려와도 그 문턱을 넘어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도 이제 기본 수칙을 엄수하는 훈련을 할 때가 됐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조직들은 작업의 절차·규칙을 담은 매뉴얼을 작성해 구성원이 익히도록 한다. 개별 작업자가 전체 시스템이 돌아가는 과정을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자기 위치에서 할 일을 정해둔 것이다. 이런 매뉴얼엔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 매뉴얼이 없거나 작업자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을 때는 뒤따르던 열차가 앞 열차를 들이받고 유독 가스를 옮겨 담다가 폭발하는 사고가 터진다.
동물원 맹수가 드나드는 통로는 이중 잠금장치를 써야 한다. 사육사는 맹수 탈출에 대비한 포획 장비나 호신용 가스총을 갖고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 맹수가 우리를 벗어났을 때의 관람객 대피 방법도 매뉴얼로 익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우리 밖으로 나온 호랑이는 지나가던 매점 주인이 보고 신고했다. 작년 코뿔소 탈출 때는 동물원이 경찰·소방서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원전, 고속철, 전기·가스 공급망, 통신·금융 인프라, 화학물질 공장에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나 실수는 순식간에 초대형 불상사로 번질 수 있다. 작년 2월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발생한 '12분 단전(斷電)' 사고는 하도급 업체 직원이 매뉴얼을 무시하고 이중으로 된 외부 전력선을 한꺼번에 끊는 바람에 일어났다. 한국수력원자력 매뉴얼엔 중요 작업은 정규 직원이 직접 하거나 현장에서 감독하게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독일 같은 나라를 가보면 도로가 뻥 뚫려 있어도 버스 운전사가 정해진 속도를 넘겨 버스를 모는 법이 없다. 그걸 보는 한국인 중엔 답답하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안전과 질서는 기본 매뉴얼을 확실히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매뉴얼이 확립돼 있고 매뉴얼이 지켜지는 나라라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와 '따라잡기'로 단시간에 후발(後發) 국가에서 선진 국가의 문턱에 이르렀다. 그 때문인지 수백만 명의 인명(人命)과 관계되는 원자력발전소부터 집 안의 도시가스 관리까지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대충대충 해치운다.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선진국 문턱까지는 빨리 달려와도 그 문턱을 넘어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우리도 이제 기본 수칙을 엄수하는 훈련을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