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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속 상황과 현실속 원전 어떻게 다를까

크은맘 2016. 12. 21. 10:20

 

디지털 타임스 : http://v.media.daum.net/v/20161220171012668

영화 '판도라' 속 상황과 현실속 원전 어떻게 다를까

이준기 입력 2016.12.20 17:10 수정 2016.12.20 19:45

 
영화 '판도라'는..
규모 6.1 지진에 원전 중대사고
수소폭발·격납건물 전체 파괴
방사능 피폭에 화상으로 사망
현실 속 원전은..
주요 구조물 7.2 지진에도 견뎌
건물 내 압력 낮아져 폭발 불가
200mSv 이하 임상적 증상 없어

최근 개봉한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가 흥행하면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판도라는 설계수명 40년이 다 된 한별 1호기가 역대 최대 규모인 6.1 강진 발생으로 냉각재밸브에 균열이 생겨냉각재상실사고(LOCA)로 이어지자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원전이 폭발하고, 국민들이 방사능 유출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대재앙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에서는 정부의 재난 지휘체계 부재, 현장의 대응과 책임 혼선, 원전의 안전성 재조명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영화에서 나오는 주요 장면이 원자력 기술 전반과 원전 사고 대응체계 등에 얼마나 사실에 입각해 표현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규모 6.1 지진 발생과 원전 중대사고 발생=영화에서처럼 우리나라에 규모 6.1 지진이 발생해 원전 중대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기술적으로 없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설계 규모는 6.5(0.2G), 7.0(0.3G)을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규모 6.1에 지진 발생으로 원전에 중대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더욱이 원자력증기공급계통(NSSS) 등 주요 원전 구조물은 최소 규모 7.2(0.4G)에 견디도록 설계돼 중대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원전 내진설계는 부지반경 320㎞ 이내 역사지진과 계기지진, 육·해상단층을 조사해 최대지진 값을 산정하고 안전 여유도를 더한 값으로 결정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영화처럼 지진으로 원전 주배관이 파열되고, 누수가 생겨 냉각재상실사고(LOCA)가 발생하게 되면 전형적인 중대사고에 해당하는데요.

원자로냉각재계통을 이루는 주요 배관들과 사고 완화를 위한 안전계통은 매우 높은 지진내력을 가지고 있어 지진으로 인한 냉각재상실사고 발생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설사 냉각재상실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모든 원전에는 이를 대비한 안전주입계통들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어 중대사고로 진행되려면 냉각재상실사고 발생과 동시에 모든 안전계통이 지진으로 손상돼야 가능합니다.

실제, 2011년 3월에 동일본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음에도 일본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냉각재계통 파손으로 인한 냉각재상실사고 발생이나 안전계통의 기계적 고장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원자로 폭발 및 격납건물 파괴=우리나라 원전도 최악의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가 파손되고, 격납건물이 부분적으로 손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로가 폭발하거나 후쿠시마 원전처럼 격납건물 전체가 폭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국내 가압경수로의 경우 설계 특성상 원자로가 정지되지 않아도 원자로 출력을 제어할 수 있고, 중대사고로 인해 최대치의 수소가 발생한다고 가정해도, 격납 건물 내 수소 평균 농도가 수소 폭발을 일으킬 만큼의 조건에 근본적으로 도달할 수 없습니다.

또한 격납건물은 중대사고로 아무리 압력이 높아져도 대형 파손이 일어나기 전에 누설이 발생해 압력이 낮아져 중대사고에 따른 폭발은 불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로 건물 내 평균 수소농도가 수소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기준 이상을 넘어서면서 원자로 파손과 함께 원자로 건물이 수소에 의한 폭발로 파괴된 것입니다. 당시 파괴된 원자로 건물은 국내 원전의 격납건물 형태가 아닌 일반 건물이어서 안전에 취약한 상황이었습니다.

◇냉각수 노출과 건물 파괴에 따른 방사선 피폭=1차 계통의 냉각수는 노심의 연료봉과 직접 닿기 때문에 노심 용기나 배관, 연료 피폭관 등에서 녹아 나온 철, 망간 등의 금속을 포함한 불순물이 방사능을 띠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피를 토하고 피부 화상을 입어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요. 한번에 7000mSv(밀리시버트) 이상의 방사선이 사람의 몸 전체에 피폭되면 수 주 내에 사망하지만, 200mSv 이하의 전신 피폭은 임상적으로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격납건물 파괴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에 의한 주변 지역 주민들의 피폭도 거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나더라도 우리나라 원전은 노심용융, 격납건물 파괴로 방사성물질의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심각한 피폭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UN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인근 지역에서 방사능 피폭 자체로만 사망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수 백명의 사망자는 방사능 피폭 자체보다는 방사능에 대한 심리적 공포와 과도한 스트레스, 잘못된 사고 대응으로 몸이 허약해지고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한 노인층에서 발생한 2차 피해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입니다.

◇방재활동에 투입된 소방관 사망=영화에서는 방재활동에 투입된 소방관이 피를 토하고 사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방재활동 중 소방관이 피를 토하는 상황 설정은 사고 시 방사선방호체계를 무시한 결과로 벌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전 사고 시 대응하는 방재요원은 개인선량계를 몸에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대응 활동 중 방사선량이 최대 500mSv에 달하면 복귀지침이 내려집니다. 이 때문에 방재요원이 피를 토하고 사망할 정도로 방사선에 피폭돼 현장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 1000mSv 이상에 달하면 10% 정도에서 구토가 일어나긴 하지만, 피를 토하는 상황은 과장된 영화적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소방관이 방사선을 과다하게 피폭돼 피를 토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자료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