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기-2006

9. 고마끼 온천그랜드 호텔에서...

크은맘 2013. 3. 11. 18:19

9. 고마끼 온천그랜드 호텔에서...

지도에서 보니 미사와(みさわ、三沢)시는 아오모리 현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동쪽으로는 태평양이 가깝고, 서쪽으로는 고마끼(こまき、古牧) 온천지역이 있다. 이 지역에서는 고마끼 온천 그랜드 호텔이 유명하고 큰가 보다.

- 고마끼 그랜드 호텔 http://www.komaki-onsen.co.jp/

- 三沢시 http://www.net.pref.aomori.jp/misawa/

 

온천을 일본말로 온센(おんせん)이라고 해서 고마끼 온천의 인터넷 주소를 komaki-onsen이라고 쓰고 있다.

호텔 밖으로는 허허벌판이나 진 배 없으니, 외출해봐야 볼 게 없다고 가이드는 말한다. 그래서 이 호텔에 묵는 게 마음이 편하다나.

호텔에 들어서서 방 배정을 받고, 저녁식사와 온천욕에 대해서 가이드가 얘기해주는데...

배정된 방에 들어가서 옷을 홀라당 벗고 호텔에서 준비해준 가운 같은 옷을 입으란다. 원래 팬티는 안입는다는데, 앉으면 거시기가 보여 민망할 터이니 팬티는 입으라고 권한다.

이 옷의 일본이름이 유가타(ゆかた、浴衣)라는데 유는 목욕을 뜻하고, 가타는 어깨를 뜻하는데, 목욕할 때 입는 옷을 어깨에 걸친다는 뜻이라네.

소시적에 택권도복을 입어본 적이 있는데, 태권도복과 같이 입는 방법이 똑같다. 양쪽 앞 자락 중 오른 쪽을 먼저 배에 붙이고, 왼 쪽 것을 덮은 다음, 태권도복 띠를 두르듯이 두른다. 왼쪽 것을 먼저 배에 붙이고 오른 쪽 것을 덮어 입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나 입히는 방법이란다.

호텔에서는 유가타 뿐만 아니라 슬리퍼, 목욕에 필요한 일체 도구(비누/치솔/치약/수건 등)을 준비해 놓았다.

유가타를 입고 목욕도구를 들고 슬리퍼를 신고 걸어보니 아랫도리가 헐렁헐렁하다.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와 시원하기도 하고...

식당에 가보니 뷔페식이었다. 우리는 한 곳에 모여 맥주도 먹어가며, 배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식사 후 일본전통공연이 있다하여 가 봤더니, 손님으로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우리나라 식으로 얘기하면, 창(소리)하는 것이었다. 일본영화에서 들어봤음직한 일본고전 창을 부르는데, 목소리가 되게 카랑카랑하고 아주 높은 고음이었다. 30분 정도 지나니 공연이 끝났다.

다음은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온천탕은 두 군데에 있는데, 한 곳은 좁지만, 야외온천욕이 가능하고 한 쪽은 아주아주 넓다고 한다. 넓다고 자랑하는 온천욕장으로 가봤다.

한 탕(?)에 들어가고 두번째 탕으로 들어가 본 후 세 번째 탕으로 가려니 임시로 설치한 것 같은 벽이 가로막는다.

“어? 너무 좁다.”

알고 보니 여성 투숙객들이 많이 와서 한 쪽을 막아서 여성용 욕실로 쓰고 있단다.

일본에서는 혼탕도 많다는데...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호텔 안내문을 보니 이 온천호텔도 혼탕이 있다고 소개는 하고 있었다.

나중에 가이드가 하는 말에 수긍이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여행에서 혼욕할 수 있다는 관광상품이 있다는데, 막상 온천탕에 가서 가이드가 “자! 여러분! 지금부터 혼욕할 시간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옷을 홀라당 벗고 탕 속에 모두 들어가십시오!”라고 소리치면, 옷 벗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군요.

그러면 가이드가 “안 되겠군요. 그럼 지금부터 8시까지 남자가 먼저 목욕하고, 여자는 8시부터 하겠습니다.”하며, 온천혼욕은 그것으로 끝난다는군요.

숙소로 올라와 보니 그 사이에 다다미 위에 요 그리고 덮을 이불이 펼쳐져 있었다. 친절하기도 하지.

이 호텔에서 느낀 건 데, 일하는 분들이 거의 다 노인들이다. 모두들 뚱뚱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손님과 마주치면, 무조건 미안하다(스미마셍)고 머리 숙여 인사한다. 참 친절하다 못 해 겸손하다.

유가타를 입은 채,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하루를 마감하였다.